Tohorang-La Pass

2019년 3월 1일 업데이트됨

2019년 1월 새벽 5시, 체감 기온 영하 30도 안나푸르나 서킷 5416M를 넘은 이야기

2019년 1월 15일 새벽 4시,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하이캠프를 출발해서 쏘롱라패스로 향했다. 밤새 눈이 수북히 쌓이고 사방이 빙판길이라 자꾸 넘어졌다. 배낭에 넣어뒀던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세 겹의 장갑을 벗는 순간 엄청난 한기가 손끝에 느껴졌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체인식 아이젠을 펼치고 등산화 밑바닥에 채우는 건 평소보다 훨씬 힘겨웠다. 양쪽 신발에 겨우 채우고 다시 장갑을 끼는데 열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극도의 고통.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라는 표현이 이때 딱 들어 맞았다. 가이드가 출발하자고 재촉했지만 극심한 고통 때문에 잠시 후에 출발하자고 말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25도. 더불어 강풍에 체감기온은 영하 35도 이하였을테다. 양손을 옷 속에 넣고 있는 힘껏 비벼도 날카로운 칼날이 모든 손가락을 쓱쓱 자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팠다. 5분 정도가 지나서야 이 고통은 조금 사그라들었고 장갑을 겨우 다시 꼈다. 쏘롱라패스로 가는 길은 전날 쏘롱페디에서 하이캠프로 오는 길보다 덜 가팔랐지만 숨 쉬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미 해발 5000미터가 넘어서 산소가 평지의 절반 수준이다.​중간중간 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반 등산 장갑과 두겹의 벙어리 방풍 장갑을 모두 벗어 맨손을 노출 했다. 그래도 최대 10초 내외로만 맨살을 외부에 노출하고 재빨리 다시 장갑을 착용해서 견딜만 했다.


5416미터 쏘롱라패스에 도착했을 때 결국 일이 터졌다. 내가 이제껏 경험해본 그 어떤 추위보다도 강력했지만 도착한 기쁨에 겨워 무수히 많은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가이드는 돌벽 뒤에 숨어서 벌벌 떨며 어서 하산하자고 소리를 쳤다.​5분여를 쏘롱라에서 보내고 다시 장갑을 끼는데 손가락이 이상했다. 내몸에 붙어 있는 신체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제부터 하산이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묵티나트로 하산길은 예상보다 훨씬 길고 매우 힘들었다. 눈이 수북히 쌓이고 사방이 빙판길인데다가 눈에 가린 낭떠러지도 곳곳에 있어서 아이젠을 찼어도 매우 위험했다.


다섯 시간이 넘는 고된 하산을 마치고 묵티나트를 거쳐 좀솜에 도착했다. 롯지에서 몸을 씻는데 손가락 끝이 이상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검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 끝을 꾹꾹 눌러도 느낌이 별로 없었다. 마치 손 저릴 때 통통하고 무감각해진 것처럼.​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이러한 느낌은 오래 갔다. 병원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귀국할 시기가 다가오자 손끝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쏘롱라를 넘은지 보름이 지난 지금은 다행히 감각의 90% 정도 회복했다. 쏘롱라를 넘을 때 얼굴과 발 등 온몸의 보온을 위해 각별히 신경 썼지만 아이젠 착용과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씩 장갑을 벗을 대비를 못 했던 게 실수였다. 이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무시무시한 추위와 싸우며 높은 곳을 올라가는 산악인들이 다시 한 번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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